월드컵 4회 연속 ‘심판 제로’…한국 축구의 냉혹한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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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이번 북중미 월드컵까지 11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은 월드컵 핵심 국가다. 11회 연속 진출은 전 세계적으로 단 6개 나라만 보유한 기록이며, 한국보다 앞서는 나라는 브라질·독일·아르헨티나·이탈리아·스페인 등 말 그대로 초강대국들뿐이다. 그런 한국이 심판 부문에서는 2014년 월드컵부터 이번까지 4회 연속 ‘심판 제로’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한국이 마지막으로 월드컵 심판을 배출한 것은 2010 남아공 대회 당시 정해상 부심이고, 주심 기준으로는 우리가 개최했던 2002년 한일 대회의 김영주 심판이 유일하다.

4월 10일, 한국 축구계에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주관할 심판 170명의 명단을 발표했는데, ‘아시아 축구의 맹주’라는 대한민국은 심판이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FIFA는 총 52명의 주심을 비롯해 88명의 부심, 30명의 비디오 판독 심판을 6개 대륙연맹과 50개 FIFA 회원 협회에서 선발했다고 공식 밝혔다. 170명은 FIFA 월드컵 역사상 가장 방대한 규모의 심판진 구성이라고 한다.

심판은 축구 경기에서 선수와 함께 핵심 요소를 이루며, 판정은 승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도 심판은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 대상이 된다. FIFA의 오랜 원칙인 ‘기량 우선’을 기반으로 선발이 이뤄졌으며, 최근 몇 년 동안 FIFA 대회는 물론 국제 및 국내 대회에서의 일관된 경기 운영 능력이 주요 평가 기준이 됐다고 한다. FIFA 심판위원회 위원장이자 심판 책임자인 피에를루이지 콜리나(66·이탈리아)는 이렇게 설명했다.

“선발된 심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들은 지난 3년 동안 식별되고 지속적으로 관찰된 더 넓은 후보군의 일부였다. 이들은 세미나에 참가하고 FIFA 대회에서 경기를 맡았으며, 국내외 경기에서의 퍼포먼스 역시 정기적으로 평가받았다.”



FIFA 심판 디렉터 마시모 부사카는 “2026년 월드컵을 향한 준비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종료 직후부터 시작됐다. 세미나, 워크숍,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포함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진행됐다”며 “이 기간 동안 모든 후보는 FIFA 강사, 피트니스 코치, 의사, 물리치료사에 의해 면밀히 평가됐고,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지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FIFA는 “세계 최고의 심판들이 이번 역사적인 월드컵 무대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번에 김종혁 심판이 예비 후보군에 있었으나, 최종 세미나 및 명단 발표 과정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심판은 전무한 반면, 아시아축구연맹(AFC) 국가에서는 일본을 비롯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UAE, 호주 등의 심판이 주심에 포함됐다. 2002년 한일 대회 이후 월드컵 본선 진출에 번번이 실패한 중국에서도 주심(마닝)과 VAR 심판 1명(푸밍)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져 한국 축구에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네 번씩이나 반복되는 것일까.

정몽규 회장이 2013년부터 4선을 통해 장기 집권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가 그동안 심판의 체계적 육성과 관련해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다. FIFA로부터 인정받는 심판이 한 명도 없다니, 대한민국 축구의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는 역대 최대인 48개 팀이 참가해 104경기가 펼쳐지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회다. 때문에 2022년 카타르 대회 때보다 41명이나 많은 심판이 포함됐다.

한국인 심판들이 FIFA의 능력 평가와 검증 과정을 한 명도 통과하지 못한 것에 대해 축구인들도 난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을 지내고 AFC 심판위원으로 활동한 A씨는 “부끄럽죠. 중국의 마닝도 두 번이나 (월드컵에) 가는데, 우리 김종혁 심판은 후보에 한 번 올랐을 뿐 결국 가지 못하게 됐습니다. 저의 수제자로 2009년부터 준비를 시켰는데 수포로 돌아갔네요. 답답합니다”라고 토로했다.

대한축구협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렇게 비판한다. “축구협회가 심판을 안 키우기 때문이죠. AFC 심판위원회에서 힘으로 밀리는 문제도 있지만, 우리 심판들의 능력도 냉정히 평가해야 합니다. 국제심판도 2~3명뿐인데, 그나마 이런 심판들이 AFC나 FIFA 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못 받고, 우리 축구협회도 대외적으로 힘을 못 쓰는 형편입니다.” 그는 축구협회 심판 관련 예산도 2024년 16억 원에서 지난해 12억 원으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축구협회에 돈이 없는데 심판을 어떻게 키우느냐고도 했다.

한 재야 축구 인사는 “지난해 K리그의 오심 파동이 AFC와 FIFA의 불신을 자초했고, 때문에 170명이나 되는 북중미 월드컵 심판진에 한국 심판이 한 명도 못 낀 것”이라며 격분했다.

FIFA와 AFC는 월드컵 심판을 뽑을 때 AFC 챔피언스리그, U-20 월드컵, 클럽월드컵 같은 국제대회 경험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 한국 심판들은 최근 AFC 주요 경기 배정, FIFA 토너먼트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어 평가 포인트 확보에서 불리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아시아 내부 경쟁 격화도 이유로 꼽힌다. 일본의 유스케 아라키, 중국의 마닝 등은 월드컵·클럽월드컵·아시안컵 등 굵직한 국제대회를 꾸준히 맡으며 엘리트 심판으로 자리 잡았다.

K리그 판정과 관련한 논란이 자꾸 불거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K리그1에서는 VAR 논란, 오심 논쟁이 매 시즌 반복된다. FIFA는 자국 리그 판정의 안정성도 평가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국내 리그에서 판정 논란이 많으면 국제 평가에서도 감점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한국 축구계가 잇단 판정 시비에 심판들을 비판만 할 뿐, 능력 있는 심판이 나올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는 데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축구팬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는 정몽규 회장 체제에서 대한축구협회의 인적 쇄신과 심판 육성 시스템의 근본적 개혁 없이는 2030년 월드컵에서도 다시 한국은 심판에 관한 한 조연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홍명보호의 최근 평가전 부진도 그렇고, 답답한 축구 행정도 그렇고, 아직 숙제가 많은 한국 축구의 날것 그대로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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